타임슬립 인천차이나타운

중국 대륙과 한반도는 인접한 지리적 관계로 고대부터 중국인의 이주가 많이 이뤄졌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활동을 목적으로 한 중국인의 대규모 이주가 이루어진 것은 1880년대에 들어서였다. 인천의 개항장에 청국조계가 조성되고 영사관이 들어왔다. 이곳에 터를 잡은 화교들은 자신들의 생활 습관에 따라 각 거리에 동횡가, 서횡가, 중횡가, 계후가, 췌화가, 영화가, 이사부통 등 중국식 이름을 붙이고 활발한 상업 활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학교, 사당을 세워 중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이제 인천차이나타운은 13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 대표적인 중화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도 화교의 생활공간이자 중국의 전통문화를 유지·계승하는 공간으로 남아있다.

그 동안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은 인천 화교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차이나타운에 산재되어 있던 각종 사진과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였다. 화교협회와 화교학교에서 제공한 자료는 물론,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사진과 자료들까지 망라하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통신 기술을 이용해 인천차이나타운을 찾는 이들이 이곳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였다. 이것이 ‘타임슬립 인천차이나타운’이다.

‘타임슬립 인천차이나타운’은 현재 인천차이나타운의 경관 위에 100년 전의 모습을 겹쳐 사용자가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시각 체험을 제공한다. 과거 가장 번화한 거리였던 ‘췌화가’, 청국영사관과 화교학교 등 관청과 교육기관이 있는 행정가였던 ‘영화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메인스트리트로 떠오른 ‘중횡가’ 등 차이나타운 곳곳의 과거와 현재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 잡았던 대표적인 상점들의 모습까지 재현하였다.

화교의 생활을 이야기할 때면 흔히 ‘삼파도(三把刀)’라는 말을 쓴다. ‘세 자루의 칼’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요리사의 식칼, 재단사의 가위, 이발사의 면도칼을 의미한다. 화교들이 주로 종사했던 세 가지 업종―음식점, 포목점, 이발소의 모습을 ‘타임슬립 인천차이나타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유풍덕, 영래성, 공화춘, 흥발당…… 한 때 인천에서 흥성했던 상점들이 문을 닫고 사라지거나,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는 오늘의 모습은 한국 근현대사 속의 순간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화교의 역사는 또한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천차이나타운은 화교의 집단 거주 지역이다. 또한 이곳은 화교 130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인천화교사회의 구심점인 인천화교협회, 300명의 학생에게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화교학교, 중국의 맛을 제공하는 중화요리점과 다양한 문화 공간 등을 통해 독특한 멋과 재미를 즐기고 있다.

이제, 이러한 공간이 만들어진 100년 전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차이나타운 곳곳에 스민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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